가족 단위의 해외여행은 항상 고민이 따릅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라면 안전성과 즐길 거리, 이동 편의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죠. 대만은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다양한 문화와 자연, 도시의 매력을 갖춘 여행지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요슝(가오슝)’과 ‘화련’은 각각 남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도시로, 서로 다른 분위기와 여행 특색을 갖고 있어 많은 부모들이 어디로 갈지 고민하게 됩니다. 본 글에서는 직접 아이와 함께 두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의 도시가 아이와의 여행에 얼마나 적합한지 비교해 보겠습니다.
가요슝, 도시 감성과 편의성이 어우러진 여행지
가요슝은 대만 남부 최대 도시로, 도심의 현대적인 인프라와 열대 지방 특유의 여유로움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이동과 식사, 숙소 선택 등에서의 편리함이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7세 아이를 데리고 가요슝을 3박 4일간 여행했는데, 공항부터 시내까지 지하철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 이동이 무척 간편했습니다. 또한 주요 관광지 대부분이 MRT 노선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유모차를 동반해도 큰 불편 없이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가요슝에서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는 ‘보얼예술특구’와 ‘롯데월드 가오슝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보얼특구는 옛 창고단지를 리모델링한 예술 공간으로, 거리 공연, 벽화, 어린이 놀이터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최적화된 장소입니다. 특히 주말에는 어린이 대상 체험 프로그램이 열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롯데월드 가오슝점은 2022년에 오픈한 대규모 쇼핑몰 겸 놀이공간으로, 실내 키즈존, 유아 전용 놀이기구, 캐릭터 테마존 등이 마련되어 있어 더운 날씨에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한 가요슝은 음식 선택 폭도 넓습니다. 현지 음식 외에도 한식, 일식, 양식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한 아동용 의자나 유아식 메뉴를 갖추고 있어 부담 없이 외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숙소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이 많았고, 대부분 가족 여행자를 위한 패밀리룸이나 아동 전용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다만, 여름철엔 무더위와 높은 습도를 주의해야 하며, 이 시기에는 실내 위주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련, 자연과 조용한 힐링의 여행지
화련은 대만 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타이루거 협곡을 비롯한 수려한 자연경관과 조용한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도심보다는 자연 중심의 여행을 원하거나,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힐링하고 싶은 가족에게 적합한 곳입니다. 우리는 화련에서 2박 3일을 머물렀고, 주요 일정은 타이루거 협곡, 치싱탄 해변, 화련 야시장 순으로 구성했습니다. 특히 타이루거 협곡은 유모차보다는 아기띠나 등산용 캐리어가 필요한 코스가 많지만,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나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하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화련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와 함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치싱탄 해변은 차량 진입이 제한된 구역도 있어 아이와 바닷가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또한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자전거 도로는 풍경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완만해서 어린아이도 탑승 가능한 자전거 카트로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타이루거 협곡 내에는 짧은 코스의 산책로가 많아 아이가 금방 지치지 않고 산과 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연 속에서 아이의 감성 발달에 도움 되는 경험이 많았습니다.
숙소 역시 자연과 인접한 민박이나 로지 형태의 숙소가 많아 도시보다 더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단점이라면 외식 선택지가 적고 대부분의 맛집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는 점입니다. 아이와의 여행이라면 렌터카를 추천합니다. 또 하나의 팁은 화련역 근처 숙소보다는 타이루거 협곡 인근이나 치싱탄 해변 근처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별 보기 체험도 할 수 있어,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천문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도 화련만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어떤 도시가 더 적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의 연령대와 여행 목적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아직 어린 유아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아이와의 여행이라면, 인프라가 잘 갖춰진 가요슝이 더 적합합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키즈카페, 실내 놀이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 육아 스트레스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도심형 호텔에서 머물면서 간단히 주변 명소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일정 중 비 오는 날이 있어도 대체할 수 있는 실내 콘텐츠가 풍부해 날씨 변수에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반면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자연과 모험을 통해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할 수 있는 화련도 좋은 선택입니다. 특히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타이루거 협곡의 계곡 소리, 바닷가의 자갈 밟는 소리,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단, 화련은 교통이 불편한 편이므로 철저한 일정 계획과 렌터카 또는 전용 차량 투어가 필수적입니다. 음식과 편의시설도 도심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만큼 자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의 목적이 '편안하고 안전한 도시 속 여유'라면 가요슝, '자연과의 교감과 오감 자극'이라면 화련을 추천드립니다. 각 도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가족의 성향에 맞춰 일정을 구성한다면 어디를 선택해도 잊지 못할 소중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여행 전에는 교통수단 예약과 숙소 위치를 충분히 조사하고, 아이를 위한 응급약, 간식, 장난감 등을 잘 준비해주세요. 도시든 자연이든, 부모가 준비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아이와의 여행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습니다. 대만의 두 도시가 여러분의 가족에게 따뜻한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